[DNMD] [SCENE]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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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May, 2020


오늘날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의 2020 아시아 기획전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5.22~8.23)은 가족의 의미를 사회적 연대로 확장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아시아 현대미술 중심 기관으로 활동하기 위해 2017년부터 진행해온 ‘아시아 집중 프로젝트’의 두 번째 전시.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로 2018년 개최된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2018.4.7.~7.8.)전은 아시아를 지리적 정체성에서 벗어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비평적 관점을 제시한 바 있다.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는 사회적 연대의 의미로서 ‘가족’을 통해 아시아 지역 내 다양한 문제들을 토론하고 공유하는 공공의 장(platform)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의 상징적 키워드인 가족은 개인을 지켜주는 보호막이지만, 때로는 개인을 억압하는 사회의 양면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키워드 안에 억압과 그에 맞서는 연대가 모두 담긴 것이다.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전시 예정보다 1달 늦게 개막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현지 음식을 전시장에서 요리하거나, 현장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등의 다양한 기획이 무산되거나 축소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 예기치 재난이 전시에 또 다른 결을 더했주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전시 기획 초기 단계부터 주제로 삼은 공공의 가치를 위해 개인의 가치를 어디까지 침해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코로나 19의 확산 이후 확진자 동선 공개, 도시 봉쇄 등을 통해 모두의 피부에 와 닿는 문제가 되었다. 함께 모이지 못하게 된 참여 작가들은 봉쇄된 도시에서 화상 통화를 통해 전시 기획을 진행시켜 나가고 연대하며 또 다른 가족이 되었다.


한국, 인도네시아, 대만, 일본, 필리핀, 홍콩, 말레이시아, 중국 등 8개국 출신 작가 15팀의 작업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5전시실, 복도 공용 공간, 전시마당, 6전시실로 이어지며 작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여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사회, 국가, 세계로 문제의식을 확장해 나간다.




5전시실


전시가 시작되는 5전시실에서는 이분법적 논리가 전제된 사회 체계 속에서 제한되는 개인의 신체와 정신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강승(한국)은 〈미래의 심상들〉이라고 명명한 라운지 형태의 서점을 통해 국내 소수자 커뮤니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말한다. 들려오는 음악을 따라 이동하면 K-POP 뮤직 비디오 형식의 듀킴(Dew Kim, 한국)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무속신앙의 퍼포먼스에 주목한 그는 퀴어와 젠더, 트랜스휴먼과 포스트휴먼에 관한 문제의식을 담은 음악과 영상을 펼친다.


이강승, 〈미래의 심상들〉


그 옆으로는 장녀를 선호하는 문화 속에서 남성이 자신에게 여성성을 수행해야 해던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성역할(gender role)과 자아의 충돌을 이야기하는 탄디아 페르마디(Tandia Permadi, 인도네시아)의 사진작업과 흔히 ‘자이니치’라 불리는 재일교포 정유경의 신작〈이등병의 편지〉를 마날 수 있다. 한국, 일본, 북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가운데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에 대한 탐구는 국적, 국방, 나아가 젠더 갈등까지 아우른다.


정유경의 신작〈이등병의 편지〉 


사회와 개인 사이의 갈등은 다른 작품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니 하오(Ni Hao, 대만)는 나무뿌리처럼 뒤엉킨 리코더 조각 작품을 통해 정규 교육과정 속 잔재하는 서구 제국주의 맥락을 드러낸다. 와타나베 아츠시(Atsushi Watanabe, 일본)는 사회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콘크리트 집에서 7인간 생활 후 마지막날 망치로 집을 허물고 나오는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을 선보인다. 에이사 족슨(Eisa Jocson, 필리핀)은 여성 이주 노동자의 감정 노동을 주제로 한 필리핀 슈퍼우먼 밴드(The Filipino Superwoman Band)의 노래를 관객들이 영상을 보며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만든 〈슈퍼우먼 KTV〉 노래방을 선보인다. 필리핀 문화예술가 그룹 레스박(RESBAK)과 사우스 호 시우남(South Ho Siu Nam, 홍콩)은 국가로부터 묵인된 폭력에 의한 비극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아이작 충 와이(Isaac Chong Wai, 홍콩)의 2014년 작 〈미래를 향한 하나의 소리〉는 2020년의 코로나 사태를 예견한 듯한 이미지를 선보여 더욱 흥미롭다. 홍콩, 중국 우한, 한국 광주에서 모인 240명의 사람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자신의 꿈을 말하는 영상작업인데, 우한이라는 지역이나, 거리를 두고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은 현재의 펜데믹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작 충 와이, 〈미래를 향한 하나의 소리〉 


공용공간/전시마당/6전시실


복도 공용 공간 및 전시마당에서는 작품을 통해 제기된 문제들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출발점으로서 ‘또 다른 가족’을 이야기한다. 필리핀 작가그룹 98B 콜라보레이터리(98B COLLABoratory), 허브 메이크 랩(HUB Make Lab), 칸티나(KANTINA)는 협업프로젝트 〈투로투로(TURO-TURO, 가르키다/가르치다)〉를 통해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고 토론하며 일상에서의 자연스러운 논의와 연대를 제안한다. 아쉽게도 작가들이 참여하지 못해 현지 음식을 요리하지는 못하지만, 작가들이 직접 고른 필리핀 과자들을 만날 수 있다.


98B 콜라보레이터리, 허브 메이크 랩, 칸티나, 〈투로투로〉 


인도네시아의 자티왕이 아트 팩토리(Jatiwangi Art Factory)와 한국 작가 그룹 버드나무 가게가 협업한 〈투자로 가는 길〉은 삶의 기반인 토지를 투자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자본주의적 사고에 의문을 품고 투자 설명 부스를 세워 관람객과 관련 주제에 대해 논의한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전시마당에 쌈채소를 심는 투자를 하여 여름의 바비큐 파티에 참여하거나, 코로나 사태 이후로 식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자티왕이 지역에 투자할 수 있다.


쌈 채소가 심어질(일부는 심어진) 전시마당 


말레이시아 사바(sabah) 지역의 작은 마을 공동체 주민들과 함께 협업하는 이 이란(YeeI-Lann)은 지역이 품은 역사적 기억과 모순을 전통공예를 기반으로 한 대형 직조작업으로 재현하고,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FDSC)은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FDSC뉴스〉를 선보이며, 사회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 〈FDSC뉴스〉, 뒤로 이 이란의 작업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6전시실에서는 왕 투오(Wang Tuo, 중국)의 작품 〈강박〉을 만날 수 있다. 최면에 걸린 건축가의 시점으로 살펴보는 베이징 중심가의 1950년대 건물은 공산주의 정신에 기반하여 세워진 공산당 간부 아파트지만, 불편함으로 인해 모두 떠나고 폐허로 남겨졌다. 변하지 않는다고 믿어지며, 개인의 삶보다 우선시 되었던 신념의 허무함이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의 대미를 장식한다. 개인의 권리를 제약하면서까지 우리가 추구해야하는 것들이 정말로 가치가 있는 지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전시장을 나서게 하는 장치가 아닐까.


왕 투오, 〈강박〉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아시아 집중 프로젝트의 일환인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전은 아시아 현대미술의 다채롭고 역동적인 면모를 국내·외 소개하는 기회”라며, “아시아 지역 작가들의 교류와 신작을 통해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위기 속에 국제 사회의 연대와 공존 특히, 아시아 지역의 공명을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5월 6일부터 온라인 사전예약제를 통한 거리두기 관람을 진행 중인 국립현대미술관은 화~일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글, 사진 백지홍

썸네일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출처 : 디노마드 - [SCENE]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 (http://www.dnmd.com/html/dh/magazine01_view?idx=511&mode=lastest&cate_idx=)